오늘 만든 요리를 사진도 찍고 싶었으나, 아이폰도 잃어버린데다 음식 준비에 너무 바빠 미쳐 찍지 못했다는거!
중국손님들이 오신다!
그녀들은 내 학생으로 우리 집에 집주인이 없는 틈을 타 놀러오기로 했다. 7명이 온다고 해 나까지 8명 상차림을 준비했으나 결국 4명만 왔다... 남은 음식 어쩔... 난 고기도 안 먹는데.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서 유명한 한식하면 비빔밥, 불고기를 많이 떠올리는데 그것못지 않게 알려진 음식이 있다.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들 입맛에 잘 맞는 음식! 바로 감자탕이다. 예전에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의 한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차이나타운은 아니지만 신흥 차이나타운이라고 할까. 분위기가 분당과 비슷했다. 중국사람들, 감자탕 정말 좋아한다. (일본인들도 좋아하는데, 특히 일본인들에게 와사비간장에다 먹으라고 추천해주니, 엄지손가락 번쩍!)
그런데 오늘 오는 중국손님들은 광동성 사람들이라 감자탕은 그들의 입맛에 좀 칼칼할 듯 싶다. 음식을 달게 먹는 편이기도 하고 날씨가 덥기 때문에 감자탕의 열기로 땀을 흘리게 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감자탕을 못한다고 왜 말을 못하니...)
오늘 오는 학생들은 모두 아가씨들이다. 내 또래라 관심사도 비슷하기도 해 수업 외에도 자주 만난다. (내가 친구가 없다고 왜 말을 못하니...) 사실 요즘 이 아가씨들 사이에 소개팅 바람이 불었다. 학원을 같이 다니며 친해져서 서로서로 소개팅을 해주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오늘 이 만찬에 내가 아는 중국 남성들을 부르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준비하다보니 집에 의자도 부족하고 그릇도 부족해서 안 불렀다. 안 불렀다고 이야기하니 엄청 실망했다... 미안해, 내가 눈치가 읍다.
이것저것 잘 하는 것을 준비해봤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돼지고기, 소고기 2종을 준비했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닭고기도 있지만 이곳 사람들이 닭고기를 다양하게 조리해 먹기 때문에 식상할까봐 제꼈다. 돼지고기는 찰떡궁합 김치와 함께 갈비는 구이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몇몇 밑반찬들.
내 요리의 포인트는 시간
무슨 요리를 해도 시간을 두고 길게 우려낸다. 그러면 없던 맛도 생긴다. 정말.
- 돼지고기 김치찜
이 요리는 프랑스요리사에게도 극찬받은 요리다. 그때 매생이 국과 함께 준비해 품격을 높였었지.
1. 무와 양파, 사과를 큼직하게 잘라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채우고 육수를 우려낸다. 사과는 안 넣어도 좋다. 나는 손님들이 매운 걸 잘 못먹어서 넣어봤다. 달달하라고.
2. 15분쯤 우려내고 사과는 버리고 다시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채워넣고 고추장 2숟갈, 된장 1숟갈을 풀어낸다.
3. 돼지고기 덩어리째 넣고 그 위에 포기김치를 얹는다.
4. 고기의 양에 따라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찐다.
* 주의할 점은 육수가 부족하면 탄다는 거! 반면에 육수가 많으면 찌개가 된다는 거. 잘 조절하시길.
- 갈비구이
색깔의 조화를 위해 송이버섯(한국산으로 준비했으...)과 아스파라거스를 준비했다. 아스파라거스는 한국보다 여기가 더 싸서 많이 샀다. 그런데 아스파라거스보고 뭐냐고 물었다. 또 '버섯은 한국이 중국보다 더 비싸지? 중국에서 많이 먹어.' 이랬다. 한국산이라고!
1. 굽는다. 갈비기름에 버섯과 아스파라거스도 굽는다. 통마늘도 있으면 좋을 텐데 깜박했다.
* 참기름장, 무쌈과 함께 내놨다.
- 미역국
제일 간단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불평하기 없기. 간을 못해도, 들어가는 게 없어도 5시간만 끓여봐라. 포세이돈 엄마가 포세이돈의 생일날 먹이던 미역국 맛이 날터이니.
- 미역을 물에 불린다. 양조절 반드시 할 것.
- 참기름, 다진 마늘에 불린 미역을 볶는다. 이때! 미역 불린 물 절대 버리지 말 것.
- 볶은 미역에 미역 불린 물과 생수를 넣고 끓인다. 다시마, 멸치 등을 이용해 육수를 이용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난 맹물.
- 간은 소금과 까나리액젓 진짜 조금. 이 액젓은 도대체 언제 다 쓸지 모르겠다...
- 5시간 팔팔 끓인다.
- 브로컬리 치즈 계란말이
한번은 식당에 갔는데, 계란말이가 먹고 싶다며 그걸 점심으로 주문하려고 하기에 내가 말렸다. 내가 해주겠다고.
1. 브로컬리 다져서 계란 물에 넣기
2. 치즈도 넣어서 둘둘 말기. (참고로 중국 치즈 유통기한 진짜 길다. 만든 날짜로부터 6개월 막 이럼. 잘 사야함.)
- 단무지무침
단무지때문에 김밥을 사 먹을정도로 단무지를 좋아하는 학생이 하나 있어서. 절대 안 사는 단무지를 샀다. 더럽게 비싸, 큰거 하나에 한화 5000원 정도.
- 단무지를 먹기 좋게 자른다.
- 참기름, 고춧가루 넣고 무침.
- 멸치아몬드호두조림
내가 아몬드와 호두를 무지하게 좋아한다. 어머니도 좋아하시는데 예전에 벌크샵에서 아몬드 호두 3kg씩 사서 보내드렸다. 보답으로 멸치에다 조려 다시 보내주셨다. 여기 멸치가 비싼 편이라 반응이 좋았다.
- 구운 김, 말린 김
김 2종 세트. 기름발라 구운 김과 간장찍어먹는 말린 김? 안 구운 김?을 준비했다. 반응이 좋아서 말린 김을 싸줬는데, (얼마 전에 어머니가 1000장을 보내주셨다. 통이 너무 크셔...) 깜박하고 안 챙겨가지고 갔다. 일부러 나두고 간 거는 아니겠지... 으헝헝.
- 화채
후식으로 큰 유리볼에 수박 딱 썰어넣고 밀키스 붓고, 한인슈퍼에서 서비스로 받은 '갈아만든 딸기' 한 캔 붓고, 얼음을 넣어서 줬더니 수박씨까지 주면 어떻게 하냐며 구박받았다. 난 씨도 먹는다고 하니까 위에서 수박자란다며 자기네들은 안 먹음. 에라이.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자주 화채 먹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니까 좀 놀람. 수박씨 넣고 화채를 해서 놀란걸까...
재미있게 놀다갔다. 다음 달에 학기가 끝나서 잠깐 방학을 한다. 그 방학동안에 자기들 가르쳐 줄 수 없냐고 물었다. 내가 한국에 가기 전에 최대한 많이 만나고 싶다고... 고마웠다. 흠흠.
아 이번 달 가스비 많이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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